'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 열 편 쯤 찍어도 무명이었던 무명 시절 긴 배우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하게 연기 내공을 쌓아왔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이 배우들에게도 인생 캐릭터가 찾아왔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무명 시절 길었던 남자 배우들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들을 모았다.
<고고 70>(2008), <골든타임>(2012)
이성민 → <골든타임>
대학 졸업 후 연극배우로 시작해 영화, 드라마 단역부터 꾸준하게 연기 활동을 해왔다. 첫 영화 커리어는 독립영화 <Black & White>(2001)의 도둑 1 역. 이후 수많은 작품에서 조·단역으로 출연하다 드라마 <파스타>(2010)에서 코믹하고 얄미운 레스토랑 바지사장 역할을 소화하며 눈에 띄는 조연에 등극했다. 그러나 그를 주연급으로 끌어올린 작품은 누가 뭐라 해도 <골든타임>(2012)이다. 사명감과 직업의식 투철한 의사로 출연해 현실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 골든 타임
연출 권석장, 이윤정
출연 이선균, 황정음, 이성민, 송선미, 김기방, 장용, 선우용여, 허태희
방송 2012, MBC
상세보기 <악마를 보았다>(2010), <응답하라 1988>(2015)
최무성 → <악마를 보았다>, <응답하라 1988>
영화 데뷔작은 <남자 태어나다>(2002). 영화 출연 전 연극 무대에 섰던 시간까지 합치면 그의 무명 생활은 더욱 길다. 공교롭게도 최명수라는 본명을 최무성으로 바꾸어 활동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악마를 보았다>(2010)에서 섬뜩한 연기를 선보이며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렇지만 진정한 터닝포인트 캐릭터는 <응답하라 1988>(2015)의 택이 아빠 아닐까. <악마를 보았다>와 180도 다른 수더분한 캐릭터로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 악마를 보았다
감독 김지운
출연 이병헌, 최민식
개봉 2010 대한민국
상세보기 - 응답하라 1988
감독 신원호
출연 성동일, 이일화, 라미란, 김성균, 최무성, 김선영, 유재명, 류혜영, 혜리, 류준열, 고경표, 박보검, 안재홍, 이동휘, 최성원
개봉 2015 대한민국
상세보기 진선규 → <범죄도시>
작년 한 해 최고의 스타 진선규. 2000년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오른 시절까지 합치면 근 17년 만에 이름을 알리게 된 셈이다. 그동안 <화차>(2012), <터널>(2016), <특별시민>(2017),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등 상업 영화에도 알게 모르게 많이 출연했으나 이름과 얼굴을 각인시킨 건 <범죄도시>(2017)의 위성락. 사나운 인상의 악역을 소화하며 주목받았다. 그런데 정작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선하고 순수한 매력을 보여주며 더 사랑받았다.
- 범죄도시
감독 강윤성
출연 마동석, 윤계상
개봉 2017 대한민국
상세보기 <말죽거리 잔혹사>(2004), <뿌리깊은 나무>(2011)
조진웅 → <뿌리깊은 나무>
대학시절부터 약 10년 동안 부산에서 연극 무대에 섰다. 영화 데뷔작은 <말죽거리 잔혹사>(2004). 패거리 중 한 명으로 아주 짧게 출연한다. 지금 봤다면 한 번에 알아볼 정도로 크게 다르지 않다. 수많은 영화에 조연으로 이름을 올리다 2011년에서 2012년으로 넘어오는 기점에 작품 두 편을 만나면서 승승장구했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2011)와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 특히 <뿌리깊은 나무>의 충직한 무사 무휼을 맡은 후 각종 상업 영화, 드라마의 주연 배우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으며 캐릭터 선택 폭도 넓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뿌리깊은 나무
감독 장태유, 신경수
출연 한석규, 장혁, 신세경
개봉 2011 대한민국
상세보기 <마마>(2011), <내부자들>(2015), <도깨비>(2016)
조우진 → <내부자들>, <도깨비>
1999년 연극 데뷔 후 16년간 긴 무명 생활을 보내다 최근 3년간 핫하게 떠오른 이 남자. <내부자들>(2015)이 그 신호탄이었다. 원래는 조 상무의 수하 역할로 오디션을 봤지만 더 섬뜩한 효과를 주기 위해 낯선 배우였던 조우진을 조 상무 역으로 과감하게 캐스팅 되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조우진이라는 본명보다는 "여 썰고" 조 상무라는 캐릭터명이 더 기억에 남았던 게 사실이다. 이후 드라마 <도깨비>(2016)에서 진중한 목소리로 은근히 깐족거리는 사랑스런 매력의 김 비서 역을 찰떡같이 소화하며 배우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도깨비> 덕분에 각종 영화는 물론 CF까지 찍었다. 최근에도 <미스터 선샤인>(2018)을 통해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나저나 <마마>(2011)의 조폭 부하 '코털'로 등장했던 당시 단역 시절 모습은 아무리 봐도 적응 안 된다(;;)
- 내부자들
감독 우민호
출연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개봉 2015 대한민국
상세보기 - 도깨비
감독 이응복
출연 공유, 이동욱, 김고은, 유인나, 육성재
개봉 2016 대한민국
상세보기 <내 이름은 김삼순>(2005), <선덕여왕>(2009)
김남길 → <선덕여왕>
연극을 하다가 지원한 MBC 공채 탤런트 31기에 수석으로 합격해 <굳세어라 금순아>(2005), <내 이름은 김삼순>(2005), <굿바이 솔로>(2006) 등 드라마에서 크고 작은 역을 맡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예명인 이한으로 활동하다가 <강철중: 공공의 적 1-1>(2008)부터 본명 김남길을 썼다. <모던 보이>(2008), <미인도>(2008)에 주연으로 출연해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진 못했다. 그러다가 <선덕여왕>(2009) 중반부 캐릭터 비담으로 투입되며 첫 등장신부터 화제몰이를 했다. 그간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똘끼 충만한 캐릭터로 극 초반부를 이끌다 후반부로 갈수록 야심에 가득 찬 악역 연기까지 해야하는 중요한 역할이었다. 이를 훌륭하게 소화하며 김남길은 비담 역 이후로 확실한 주연급 배우로 급성장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최근까지 열일중이다.
- 선덕여왕
연출 박홍균, 김근홍
출연 고현정, 이요원, 전노민, 엄태웅, 유승호, 남지현, 이문식, 서영희, 김남길, 조민기, 송옥숙, 안길강, 이도영, 박예진, 신구, 윤유선, 정웅인
방송 2009, MBC
상세보기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
김윤석 → <타짜>
대학 입학하자마자 학교 연극회에서 연극을 시작했다. 1990년부터 대학로 연극 판에서 10년 가까이 무대에 올랐다가 회의감을 느껴 부산으로 내려가 라이브 재즈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다. 송강호 등 당시 친했던 배우들의 설득으로 다시 연기를 시작. <베사메무쵸>(2001) 단역에 출연하면서 영화 필모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그의 결정적 작품은 당연히 <타짜>(2006)다. 나온 지 10년이 훌쩍 넘은 영화인데도 아귀의 웅얼거리는 중저음은 아직까지 생생하다. 최동훈 감독의 전작 <범죄의 재구성>(2004)에도 출연했던 사실이 새삼 조명되기도 했다. 이후 <추격자>(2008), <도둑들>(2012) 등 흥행 영화마다 출연하며 흥행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 타짜
감독 최동훈
출연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유해진
개봉 200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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