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까지 개봉하면서, 연말 극장가는 한국 영화 빅3 구도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충무로에서 다작 좀 한다는 배우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찾아보니 세 영화에 겹치기 출연한 배우들이 꽤 많았습니다. 혹시 '지겹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러나 이들이 맡은 캐릭터가 워낙 극과 극이라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선 빅3 영화 속 겹치기 출연 배우들의 극과 극 얼굴들을 살펴봅니다.
<신과함께>
저승차사 강림 역
vs
<1987>
정의로운 최 검사 역
연말 흥행 빅 매치 두 영화에서 각각 주연을 맡은 하정우. <신과함께 -죄와 벌>(이하 <신과함께>)의 저승차사 강림, <1987>의 최 검사를 맡았습니다. 일단 법조계(?)와 연이 깊은 건 비슷합니다. <신과함께>에선 저승에서 망자 '자홍'이 일곱 지옥을 무사통과하도록 돕는 변호를, <1987>에선 박종철 화장 동의서에 날인을 거부하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수사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습니다. 전문직답게 슈트도 장착. 어쨌든 둘 다 다행히(?) 선한 인물로 등장했습니다. 두 캐릭터, 비슷해 보인다고요? <신과함께>에서는 영화 시작과 동시에 육개장을 먹을 수 있었던 것과 달리, <1987> 최 검사는 짜장면을 눈앞에 두고도 못 먹습니다. 봐도 봐도 중독성 있는 하정우의 먹방 중인 얼굴과 먹방을 보여줄 듯하다 끝내 안 보여 주는 얼굴, 극과 극이 아닐런지.
<강철비>
냉혈 암살 요원 최명록 역
vs
<1987>
소시민 박종철 삼촌 역
올해의 다작 배우 조우진은 선역과 악역 어디 한 군데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얼굴을 선보였습니다. 지금 극장에 가면 그의 악역 연기와 선한 연기를 동시에 볼 수 있는데요. <강철비>에서 영화의 긴장감이 느슨해질 때마다 철우(정우성)의 목숨을 노리는 북한 암살 요원을 맡았습니다. 그의 표정에서 감정따윈 읽을 수 없죠. 무려 정우성과의 투샷인데도 그를 능가하는 섹시한 눈빛과 액션으로 등장 신마다 시선 강탈이었습니다. <강철비>의 힘주었던 눈빛을 털어내고, <1987>에서는 고요한 슬픔, 분노를 담은 눈빛으로 변신했습니다. 공권력에 희생당했던 서민들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987>
재야인사 이부영 역
vs
<강철비>
보수 성향 현직 대통령 이의성 역
김의성이 맡은 캐릭터는 정치적 성향이 다릅니다. <1987>에서는 실존 인물이었던 이부영을 연기했는데요. 해직기자 출신 재야인사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밖에 있는 김정남에게 비밀리에 서신을 보내며, 고문치사 사건이 은폐되고 있음을 감지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1987>에서 공권력에 저항하는 인물이었다면, <강철비>에선 공권력의 정점 대통령으로 등장합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직 대통령으로, 북한의 선전포고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 선제공격을 지지하는 등 보수 성향을 띠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강철비>
진보 성향 차기 대통령 김경영 역
vs
<신과함께>
스쳐 지나가는 오관 대왕 역
<신과함께>에서 이경영의 등장을 단번에 알아본 분 계신가요? 불의 지옥의 오관 대왕이 바로 이경영이었습니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역할이라 에디터처럼 발견하지 못한 관객분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강철비>에선 이의성(김의성)과 의견 대립하는 차기 대통령 김경영을 맡았습니다. 북한에 대한 선제 핵폭탄을 반대하고, 전쟁을 막기 위해 이의성과 끊임없이 신경전을 펼칩니다. 이경영은 두 영화를 통해 지극히 판타지적 얼굴과 현실적 얼굴을 오갑니다. 그러나 둘 다 왕(?)인 건 비슷하네요.
<신과함께>
지옥 보내려 안달난(?) 판관 1 역
vs
<1987>
양심 있는 언론인 사회부장 역
<신과함께>에서 오달수는 등장인물 모두가 망자 자홍의 선함에 감복할 때마다 딴죽 걸며 임원희와 함께 개그 콤비로 활약했습니다. 매 지옥마다 자홍이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를 조목조목 말하는 모습이 자홍을 지옥 보내려 안달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좀 귀엽습니다. 반면 <1987>에서는 웃음기 쏙 뺀 얼굴로 나타났습니다. 보도지침을 어기고 박종철 사망사건을 최초 보도한 일간지의 사회부장 역할을 맡았습니다. 뺀질거림이 다분했던 <신과함께>와 달리 우직하고 양심 있는 캐릭터였죠. 천만 요정 오달수가 강림한 두 영화 중 과연 천만 달성작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 신과함께-죄와 벌
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김동욱
개봉 2017 대한민국
상세보기 - 1987
감독 장준환
출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개봉 2017 대한민국
상세보기 - 강철비
감독 양우석
출연 정우성, 곽도원
개봉 2017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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