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범죄도시>의 흥행이 심상치 않습니다. 개봉 초반엔 예상처럼 <남한산성>과 <킹스맨: 골든 서클>에 밀리더니, 역주행 끝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에디터는 이 광경을 보면서 올해의 역주행 흥행작 <청년경찰>과 <공조>가 떠올랐습니다. 묘하게 이 세 작품이 비슷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요? (포스터 글씨체 때문은 아니겠죠.. ㅋㅋㅋ) 에디터는 이 느낌적인 느낌으로 무작정 세 영화의 공통점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1. 역주행 세 영화는 개봉 전 대부분 1위를 예상하지도 않았고, 개봉 첫날 스코어도 1위가 아니었습니다. 각각 첫날 관객 수를 살펴보면, <공조>는 15만 1845명/2위, <청년경찰>은 30만 8303명/2위, <범죄도시>는 16만 4933명/3위로 등판했죠. 그러나 이후 <공조>는 <더킹>을 꺾고, <범죄 도시>는 <남한산성>과 <킹스맨: 골든서클>을 꺾고 1위에 올랐습니다. <청년경찰>은 1위에 오른 건 아니지만, 등판과 동시에 대작 <군함도>를 꺾었고요. 이후 쟁쟁한 개봉작들이 등장해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듯했으나, 다시 치고 올라와 오랫동안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머물렀습니다. 결과적으로 <공조>는 약 780만, <청년경찰>은 약 560만이 들었으며, <범죄도시>는 약 250만(10월 11일 기준)을 기록 중입니다.
2. 쌍끌이 흥행 노렸다 흥행 대작들과의 경쟁을 피해 개봉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습니다. 이 영화들은 오히려 가장 핫한 시즌을 노렸습니다. <공조>는 설 연휴, <청년경찰>은 여름 시즌, <범죄도시>는 추석 연휴를 선택했습니다. 이 시즌엔 극장을 찾은 관객 수가 평소보다 많아지면서 당장 시간에 맞는 표를 못 구한 관객들은 제2, 제3의 선택을 하기도 하죠. 이때 입소문만 잘 타면 비수기 시즌 개봉보다 훨씬 많은 관객 수를 노릴 수 있습니다.
3. 남X남 투톱 배우 한국영화의 흥행 키워드로 남X남 투톱 배우가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영화들도 많지만, 이 세 작품을 보면 여전히 통하는 흥행 키워드인 것 같네요.
4. 스크린 흥행 배우 X 비흥행 배우 조합 투톱 배우의 조합도 흥미롭습니다. 그동안 스크린에서 원톱 주인공으로는 빛을 보지 못했던 배우들과 영화계에서 어느 정도 흥행 타율이 좋은 배우들이 만났습니다. <범죄도시> 이전에 윤계상은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아쉬운 흥행 성적과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는 데는 다소 부족했었죠. 현빈도 드라마 배우로서는 잘 풀렸지만, <역린> 등 스크린에서는 흥행이 아쉬웠습니다. 박서준도 <청년경찰> 이전엔 드라마로 뜬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했었죠. 반면 그들과 함께 했던 마동석, 유해진은 여러 흥행작에 출연했고요. 강하늘은 젊은 배우 중에서도 스크린 흥행 성적이 비교적 안정적인 배우입니다. 흥행에 안정적인 배우와 의외의 재발견을 할 수 있는 배우의 조합은 관객들에게 익숙함과 신선함을 주었습니다.
5. 형사 주인공 세 작품 모두 범죄를 수사하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공조>는 남북한 형사가 공조하는 과정을 담았고요. <청년경찰>에는 우연히 범죄를 목격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경찰대생, <범죄도시>에는 범죄조직의 보스를 쫓는 형사가 등장하죠.
6. 코믹 액션 영화 그리고 세 작품 다 작품 전반에 코믹 요소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코미디로 깔깔거리다가도 금세 스릴 넘치는 액션 신이 등장하죠. <공조>에선 무뚝뚝한 철령(현빈) 옆에서 투덜대는 진태(유해진)가 있었고, <청년경찰>에선 덤 앤 더머 같은 강하늘-박서준 조합, <범죄도시>에선 마동석의 거친 액션과 거친 말투(ㅋㅋㅋ) 속에 코믹함을 담았죠.
7. 여성 캐릭터의 아쉬움 아쉬운 점으로 지적받는 대목도 비슷합니다. <청년경찰>은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를 그리는데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지 못한 게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었죠. <범죄도시>는 등장하는 조연, 단역 여성 캐릭터들 대부분이 강간 당하거나 얻어맞는 캐릭터뿐이었다는 점에서 아쉽습니다. 그에 비해 <공조>의 윤아 캐릭터는 사랑스러움과 코믹한 캐릭터로 두 영화보다는 존재감이 있었지만 후반부 극적 스토리를 위해 도구적으로 활용된 게 아쉬웠습니다.
8. 캐릭터의 힘으로 끌고가는 영화 여성 캐릭터의 섬세한 캐릭터 구축은 아쉬웠지만, 주연 캐릭터들만큼은 세 작품 모두 확실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이나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탄탄한 스토리 라인보다는 빤하고 쉬운 스토리 구조를 선택했는데요. 대신 캐릭터 매력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특히 <범죄도시>의 윤계상, <공조>의 김주혁은 이전에는 잘 맡지 않았던 악역 캐릭터를 연기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9. 뚜렷한 선악구도 이 영화들은 스토리나 캐릭터를 비비 꼬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착한 사람이면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이면 나쁜 사람입니다. 착한 사람이 나쁜 사람을 응징하는 권선징악 구도는 역시 유행을 타지 않는 법인가 봅니다.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맨 오른쪽)
10. 신인 감독 강윤석 감독은 이번 <범죄도시>가 첫 입봉작입니다. 그는 몇몇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지만 상업영화 감독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3년의 기획 과정을 거쳐 <범죄도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도 이 영화가 첫 장편영화 연출작입니다. 그는 이전에 영화사에서 근무하며 <도둑들>,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을 투자 지원했으며, 영화 마케팅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오랜 꿈인 영화 감독이 되었는데요. <청년경찰>이 빛을 보기까지 5년이 걸렸다고 하네요. 김성훈 감독도 <공조>가 두 번째 작품이었습니다. 이전작 <마이 리틀 히어로>의 흥행 부진을 딛고, 흥행에 성공했죠. 차기작 <창궐>에서도 현빈과 또 한 번 작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