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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기의 필름통] 역사 속 백인 우월의식에 대한 무심하지만 뼈 있는 비판…‘플라워 킬링 문’

건희T님 | 2023.10.25 11:07 | 조회 49
'플라워 킬링 문'의 한 장면.
'플라워 킬링 문'의 한 장면.

거장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은 문명과 야만의 익숙했던 경계를 허무는 고발극이자 반성의 참회록이다.

러닝 타임 206분. 3시간 26분의 긴 시간이지만 감독은 자신이 직접 스크린에 등장하며 이 이야기의 서늘하며 추악한 백인들의 범죄를 목도하기를 요청한다. 기꺼이 그 요청에 응답한다. 그가 믿고 보는 거장이고, 이 이야기는 그가 내미는 양심의 칼날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돈 때문이다. 오일 머니, 검은 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란한 황금 빛 돈이다. 그 돈의 주인은 인디언이었다.

1920년대 북미 원주민인 오세이지족은 백인들에 의해 오클라호마로 강제 이주 당한다. 희망이 없던 이들에게 신은 축복을 내린다. 그들의 땅에 석유가 터져 나온 것이다. 순식간에 그들은 부자가 된다. 백인들을 하인으로 두고, 기사가 딸린 차의 소유주가 된다.

이때부터 오세이지족에게 의문의 죽음이 닥친다. 누군가는 머리에 총을 맞고, 누구는 자고 있던 집에서 다이너마이트에 의해 폭사한다. 1921년부터 3년 간 24명이 살해된다. 그러나 아무런 수사도 이뤄지지 않는다. 인디언 살인자보다 개를 걷어찬 사람이 더 유죄를 받기 쉬운 때였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석유는 축복이 아니라 죽음의 안내자였다.

'플라워 킬링 문'의 한 장면.
'플라워 킬링 문'의 한 장면.

영화는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논픽션 작가 데이비드 그랜이 2017년 내놓은 '플라워 문'이 원작이다.

1차 대전에 참전한 어니스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집으로 돌아온다. 하는 일 없이 얼굴만 미끈하게 잘 생긴 그는 '킹'이라 부르던 삼촌 윌리엄 헤일(로버트 드 니로)을 찾아간다. 헤일은 그에게 제안을 한다. "어떤 색깔의 여자를 좋아하니?" "흰색, 검은색 다 좋아요." "빨간 색도 괜찮니?"

영화는 시작부터 인종적 논쟁점을 꺼내든다. 1921년 오클라호마 털사에서는 백인우월주의자에 의한 흑인 대학살이 벌어졌다. 공식 통계로는 36명이 사망했지만 재조사 결과 300명에 이르는 흑인이 사망한 걸로 추정됐다. 이제 인디언 차례라는 것을 넌지시 던진다. 어니스트는 통통하고 피부가 좋은 몰리(릴리 글래드스톤)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결혼에 이른다.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은 오일 머니를 둘러싼 100년 전 인디언 살인사건을 통해 미국 주류 백인사회의 폭력의 역사를 다시 쓴다. 문명의 백인과 야망의 인디언이란 이분적 편견을 깨부수며 탐욕과 착취에 길들여진 백인들의 위선을 비판한다.

윌리엄 헤일은 신을 믿는다. 그리고 기도하며 신을 찬양한다. 신이 야만인 인디언에게 축복을 내린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것이야. 그러나 내 손에 피를 묻힐 수는 없어. 그에게 이웃은 백인이며, 신은 백인의 구세주이며, 법은 늘 백인의 편이어야 했다. 살해를 지시하면서도 인디언을 위해 거액을 기부하는 위선을 보여준다.

어니스트는 '킹'의 손아귀에서 놀아난다. 몰리를 사랑하지만, '킹'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다. 양심은 있지만, 그것이 백인 우월의 의식을 떨쳐내지 못한다.

영화는 미국 폭력의 역사가 허위 의식으로 가득 찬 백인 주동자와 그들의 작당과 모의에 놀아난 수동적 백인들이 자행한 것임을 이 둘의 캐릭터로 잘 보여준다. '오일 머니'라는 단어에서 이미 폭력으로 점철된 미국의 역사가 어른거린다.

'플라워 킬링 문'의 한 장면.
'플라워 킬링 문'의 한 장면.

'플라워 킬링 문'은 이런 텍스트가 거장의 주제의식과 만나 서사극의 담대함으로 증폭된다. 그들의 비열함에 치가 떨리지만 감독은 관객을 주저앉힌다. 자극시키기 위해 기름칠을 하지 않는다. 마치 '이것이 일상이었는데 뭘!'이란 듯 '당신은 어때?'라며 무심하게 스토리를 진척시킨다.

그래서 3시간이 넘는 이 이야기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길 필요가 있을까 여겨질 수도 있다.

지역 신문에 난 몰리의 부고에는 그 어떤 범죄의 표현도 없다. 이 이야기는 100년 전에 일어났던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의식의 관점이라는 것을 감독이 직접 호소한다. 마치 '그래서 3시간도 못 참아!'라는 듯 말이다.

거장의 향기에 배우들의 호연 또한 말할 필요가 없다. 내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은 로버트 드 니로의 것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나올 정도다. 특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메소드 연기는 언제나 혀를 내두르게 한다. 어니스트라는 캐릭터의 다층적 내면을 책장 넘기듯 순간순간 표변하며 살려낸다.

'플라워 킬링 문'의 원제는 '플라워 문의 살인자들'(Killers of the Flower Moon'이다. 오세이지족은 5월을 꽃을 죽이는 달이라 했다. 비극의 시기를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206분. 청소년 관람불가.

김중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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