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죄인으로 공포된 몸이다.. 다행히 이 큰 나무의 골이 날 숨겨줘 잡히지 않았어. 

도망칠 구멍이 없구나. 출구마다 통제되고, 어떤 장소를 가도 불침번이 물샐 틈 없이 지키고 있으니.. 

날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단 말이지. 도망칠 수 있을 때까진 어떻게든 살아남자. 

가장 초라한 거지꼴을 하고 지내야겠다. 가난한 거지로 변해 짐승에 가까운 그런 행색을 하고 숨어 살아야겠다. 

얼굴은 검게 칠하고. 허리엔 남루한 담요 자락을 감고, 머리칼은 엉망으로 덥수룩하게 만들고.. 

알몸을 그대로 드러내고 비바람을 견디리라. 

이 나라의 가장 밑에서 사는 미친거지들의 경우가 선례가 될 테니 그들을 흉내 내자. 

그 거지들은 신음 소리를 질러가며 바늘, 나무꼬챙이, 못, 들장미의 잔가지를 무감각한 맨살에 꽂아 넣지. 

그런 무서운 꼴로 농가, 보잘 것 없는 촌락, 가축들이 사는 우리, 방앗간에서 미친 듯이 저주의 고함을 지르다가, 기도를 읊조리기도 하고, 동냥질을 한다지. 

어떻게든 살아남고야 말겠어. 난 이제 거지들 틈에 사는 불쌍한 톰이다! 불쌍한 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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