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버지 안 믿어요. 아버진 의료사고로 멀쩡한 사람을 죽인 적도 있어요. 

전 지금 엄마 얘길 묻고 있어요. 무슨 근거로 그렇게 단언하세요? 

수술 전에 뭐라고 하셨어요, 초기라고 했죠? 

그런데요? 그래서요? 그래도 해봤어야죠! 박사가 

서너 명이나 달라붙으면서 왜 우리 엄마 한 사람 못 살려냈어요? 살려냈어야죠! ... 

믿을 수 없어요. 어떻게 우리가, 우리 엄마가 그렇게 될 때까지 모를 수가 있어요. 자식인데, 남편인데. 

싫어요. 난 안 믿을래요. 아줌마도, 장박사 아저씨도, 욕심 없는 분인 거 알아요. 

그래서 더 포기하기가 쉬웠겠죠. 전 안 그래요. 포기 안 할거예요. 안해요. 

자식이 어떻게 엄말 포기해요.  아줌마 같으면, 아줌마 부모라면 포기하겠어요? ... 

전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사람은 다, 한 번은 죽는데, 우리 엄마가 죽게 될 줄은 정말 몰랐고, 

딸들은 다 도둑년이라는데 제가 이렇게 나쁜 년인지 몰랐어요. 

지금 이 순간도 난 우리 엄마가 얼마나 아플까보다는 엄마가 안 계시면 어쩌나, 엄마가 없는데 어떻게 살까. 

그 생각밖에 안 들어요. 난 어떡해요, 아줌마? 이제 난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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