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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트 中 2인 장면 (규태, 수현)

건희T님 | 2022.11.23 14:01 | 조회 98

규태  내 친구 수현이가 그림을 하나 샀습니다. 1미터 2070 정도 되는데요, 흰색입니다. 하얀 바탕인데, 자세히 쳐다보면 대각선으로 하얀 색 줄이 쳐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수현이는 저하고 가장 오래 사귄 친굽니다. 청담동에서 유명한 피부과 의사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 한 사람들을 상대합니다. 덕분에 상당히 성공했는데요, 요즘 들어서 예술에 그렇게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 월요일, 저는 수현이네 집에 갔었습니다. 몇 달 동안 벼르고 벼르다가 결국 사고 말았다는 그 그림을 보러 말입니다. 하얀 색 줄이 쳐진 하얀 색 그림.

 

수현의 집. 흰색 그림이 있다. 수현이 감동한 표정으로 그림을 바라본다. 규태도 그림을 바라본다. 수현이 그림을 바라보는 규태를 바라본다. 긴 사이.

 

규태 비싸냐?

수현 .

규태 비싸냐고.

수현 그냥.

규태 얼만데 그래?

수현 18.

규태 18?!

수현 경매 끝나자마자 추경옥 대표가 2억에 넘기라고 하더라.

규태 누구?

수현 추경옥.

규태 그게 누군데?

수현 갤러리 추. 사간동에 있는 거, 몰라? 그게 그 여자 거잖아.

규태 갤러리 추에서 이걸 이천 더 불렀다고?

수현 아니, 갤러리 추가 아니고, 추 대표 그 여자가 개인적으로 사겠대. 자기 컬렉션 때문이겠지.

규태 그 여자는 뭐했는데? 경매에 안 나왔어?

수현 그런 사람들, 경매에 처음 나온 물건에는 손 안대. 작품이란 게, 일반 고객한테 한번 갔다 오는 게 좋거든, 그래야 값도 오르고. 이 쪽 돌아가는 게 원래 그래.

규태 .

수현 어때?

규태 .

수현 거긴 자리가 안 좋아. 이쪽, 이쪽 앵글로 봐. 어때? 선들이 보이지?

규태 이름이?

수현 화가? 앙트로와.

규태 누구?

수현 앙트로와. 몰라?

규태 유명하냐?

수현 유명하지, 엄청 유명하지!

 

사이.

 

규태 , 이거, 일억 팔천 아니지?

수현 맞아, 앙트로와는 다 그 정도씩 해.

규태 일억 팔천 주고 산 거 아니지?!

수현 에이, 니가 뭘 몰라서 그러는데, 이건 앙트로와 작품이라고.

규태 그래서, 이 걸 일억 팔천씩이나 줬다고?! 이런 판때기를?

 

수현, 혼자서.

 

수현 김규태.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저하고 가장 친한 친구로, 상당히 똑똑한 녀석입니다. 대학에서는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울 근교에 있는 2년제 대학이긴 하지만, 그래도 전임교수가 됐으니 머리 하난 좋은 놈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이 녀석 한 가지 단점이, 가끔 근거 없이 잘난 척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모더니즘이라면 무조건 경멸하고 나서는 식입니다. 그러면서 괴상한 만족감 같은 걸 느끼는 모양인데요, 지가 무슨 이 시대의 진정한 지식인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 항상 규태를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인 녀석이 언제부터인가 상당히 거만해졌습니다.

 

사이.

 

수현 판때기?

규태 하도 기가 막혀서 웃기지도 않는다. 이게 일억 팔천이래, 일억 팔천. , 이건 사기다, 사기야. 이게 사기가 아니고 뭐냐?

 

규태가 크게 웃는다. 수현이 쌀쌀맞게 규태를 쳐다본다.

 

수현 내가 산 그림이 네 기를 막았든, 웃겼든 다 좋아. 다 좋은데, “판때기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지 상당히 궁금해지네.

규태 왜 그래?

수현 판때기는 건 뭘 기준으로 했을 때 얘기야? “판때기라는 표현을 썼을 땐 네 나름대로 어떤 가치 기준이 있었을 것 아니야? 난 지금 그걸 알고 싶다고.

규태 아이, 자식, 또 이러네. 난 그냥

수현 내가 알기론, 넌 현대 미술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고 관심도 없거든? 이 작품은 현대 미술의 가장 중심 테마야. 네가 잘 모르는 세계에 존재하면서, 그 세계의 법칙을 따르는 순결한 오브제라고. 그런데, 어떻게 함부로 판때기라고 할 수 있느냐, 이 말이야. 도대체 어떻게!

규태 판때기니까. 내가 보기는 정확하게 판때기니까.

 

수현, 혼자서.

 

수현 규태는 이 작품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다고 칩시다. 그런데 보셨죠?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지껄이는 태도, 제대로 알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저 건방짐. 그래요, 웃음. 함부로 남을 깔아 뭉게는 거만하고 가식적인 웃음! 뭐든지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안다는 식의 건방진 웃음! 난 이 자식 웃는 소리가 정말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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