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인 대본,대사] <버스, 정류장> 재섭,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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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섭은 커피를 마시고 소희는 우유를 마신다.

소희는 침대 위에 앉아 벽에 기대어 있고, 재섭은 의자에 앉아 있다.

침묵..

재섭

그만 집에 가야 되는 거 아니야?

소희

우리 게임 할래요? 거짓말 게임이라고.. 진실게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거든요..

계속 거짓말을 하는데 그 중 한 가지는 진실을 말하는 거예요

재섭

재미없겠다

소희

진짜? 나는 재미있을 것 같은데

재섭, 소희의 안좋은 표정을 살핀다

재섭

어떻게 하는 지 모르니까 니가 먼저 해

소희

(밝게 웃으며) 어.. 먼저 우리 집 얘기를 할께요.. 우리 아빠는 공무원인데

뇌물을 받아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건설 허가를 담당하고 있거든요..

우리 엄마는 체육센타 수영 강사랑 바람이 났어요.. 나도 한번 봤는데

키도 쪼그맣고 등치만 커서 영아니던데 더 중요한 문제는

그런데도 우리 집은 겉으로 너무 평화롭고 아무 문제가 없어보인다는 거예요.. 정말, 닭살 돋도록..

재섭

그런 거 말고 건전한 걸로 해봐

소희

건전한 거? 미정이라는 친구가 있거든요

​

​재섭

소희도 친구가 있어？

소희

아，정말.. 그런데 걔는 늘 자살을 꿈꾸는 애거든요..

쇼펜하우어가 자살을 권유했다고, 자기도 죽고 싶다고.. 근데..

미정이가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졌어요　　　　　　　　　　　　　　　　　　　　　　　　　　　　

재섭

건전한 거 하라니까 엽기적인 거 하네?

소희

그래서 이젠.. 친구가 없어서 이런 말도 털어 놓을 데가 없어..저..

그리고, 그 동안 원조교제 했었어요.. 그리고 나도 죽고 싶고..

재섭, 영 껄끄럽다

소희

우리 나중에 혹시 더 이상 만날 일이 없으면 진실을 밝히도록 하죠..

선생님 차례

재섭

그래? 내가 해야 되는 거야?

재섭, 선뜻 말을 시작하지 못한다

소희

고스톱 칠 때 제일 치사한 게 따고 배짱 부리는 거 알죠?

재섭

그럼, 먼저.. 내가 아는 여자 중에 혜경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가 둘이

있거든.. 하나는 대학 동창이야.. 얼마 전에 결혼을 했는데 그 여자동기가

전에 내 아이를 밴 적이 있었어.. 첫사랑인지는 모르겠는데 한때 나를 무척이나

괴롭게 했었지.. 결혼하기 전에 잠깐 봤는데..

내 앞에서 너무 천연덕 스러웠어.. 가증스럽게.. 하나는 내가 술을 먹고 가끔 찾아가는 몸을 파는 여자야.. 어른 중에는 유일하게 나랑 통하는 여자야..

그리고.. 어..

눈에 졸음이 가득한 소희.

재섭, 말을 잇지 않고 머뭇거린다

재섭

그리고.. 성인이 된 여자들은 싫어.. 남자도.. 그들이 틀리게 산다고 내가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냥 어른들이 싫어.. 그런데 언젠가부터 너가 내게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느꼈어..

(소희의 잠든 얼굴을 확인한다) 내가 너 좋아하고 있다는　거..

재섭, 담배를 꺼내 물려다가 침대에 소희를 본다. 담배를 책상 위에 올려 둔다.

소희를 침대에 살며시, 아주 조심스럽게 눕힌다. 이불을 덮어준다.

창가로 가서 담배를 문다